Untitled Document
 
작성일 : 18-03-30 13:45
손학규 상임고문, 재단 <개헌> 대토론회 기조연설문 (2018. 3. 29 국회 헌정기념관)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103  

2018. 3. 29 동아시아미래재단 <개헌> 대토론회 기조연설


[7공화국을 위한 헌법 개정의 방향]

                                                                                                                                          손 학 규 
                                                                                                                      국민주권 개혁회의 의장

안녕 하십니까?

나라가 어수선합니다.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이 중국을 깜짝 방문하여 시진핑과 비핵화를 논의하고, 지금 이 시각에도 판문점에서는 남북 정상회담을 위한 고위급 회담이 열리고 있습니다. 두 전직 대통령이 구속되어 검찰 조사를 받느니 안 받느니 하고 옥신각신하고 있습니다. MeToo 운동의 전개로 유명인사들이 구속되거나 활동이 정지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대통령은 헌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여야는 개헌 논의로 공방을 벌이고 있습니다. 국회가 진작부터 헌법개정특별위원회를 구성하여 14개월이 넘게 논의를 거듭했지만 합의된 단일안을 만들지 못한 가운데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한 것입니다.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가 국회의 개헌 논의를 가속화하려는 의도도 있겠지만, 여야가 합의점을 찾지 못한 가운데 대통령이 개헌안을 제출하게 된 현실에 착잡한 마음을 금할 수 없습니다. 이 개헌안은 대통령의 정치적 목표를 표현하는데 그칠 뿐 개헌의 실현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입니다.

개헌의 필요성은 오래 전부터 논의되어 왔지만 특히 2016년 1월부터 진행된 촛불혁명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와 비선실세의 국정농단을 보며 국민들은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근절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이를 위해서는 헌법체제를 바꿔야 한다고 국론이 모아진 것입니다. 

저는 당시에 탄핵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대선 전 개헌을 주장했습니다. 촛불 시위로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되었고, 그것은 역사적인 시민혁명이었습니다. 혁명에는 체제의 변화가 뒤따라야 합니다. 4.19 혁명으로 개헌이 이루어져 2공화국을 만들었고, 1987년 6월 항쟁으로 개헌을 통해서 6공화국 헌법체제를 출범시켰습니다. 영국, 프랑스, 미국 등 모든 민주주의 선진국들도 시민혁명으로 오늘의 헌법체계를 이룬 것입니다.

저는 촛불혁명이 시작되기 전, 강진을 떠나 서울에 올라오면서 7공화국을 열어가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87년 헌법체제가 만든 6공화국은 그 명운을 다했음을 선언하고 개헌의 필요성을 역설한 것입니다. 이미 우리가 처한 상황은 일부를 고쳐서 다시 쓰는 땜질식 처방으로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국가 운영의 기본 틀을 다시 짜야 하는, 새판을 짜야 하는 상황이었던 것입니다.

촛불 민심은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습을 거둬내고 새로운 나라를 건설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일부 정치인들의 대권욕이 정권교체 열망에 가득찬 국민들의 개헌의지를 꺾어놓았습니다. 일부 대권주자들이 개헌을 지방선거와 동시에 실시할 것을 주장했고, 이번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는 이런 차원에서 만들어졌습니다.

청와대는 개헌 발의를 하면서 전문, 기본권, 지방분권, 권력구조 등에 대해 설명하고 국민의 협조를 구했습니다. 그러나 핵심인 권력구조는 대통령 4년연임제였습니다. 이것은 헌법개정의 핵심적 요구를 외면하는 것입니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오히려 강화하는 호헌조치입니다. 대통령의 헌법 발의를 거부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입니다.

제가 주장한 7공화국 개헌안은 독일식 총리 민주주의입니다. 독일은 세계 최강의 경쟁력을 갖고 경제 대국을 이루었고, 세계 최대, 최고 수준의 복지국가를 달성했습니다. 동서독 통일을 이루고, EU를 통합하여 수장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다당제 연합정치를 통하여 정치적 통합과 정책적 연속성을 이룬데 기인합니다. 
 
초대 아데나워 수상은 사민당과 협조하에 사회적 시장경제를 받아들여 라인강의 기적을 이루며 복지국가를 세웠습니다. 사민당 브란트 수상의 동방정책은 기민당 콜 수상에 의해 독일 통일로 이어졌습니다. 자유민주당의 겐셔 외무장관은 사민당의 브란트 수상에서 기민당 콜 수상에 이르기까지 23년 동안 내무, 외무장관으로 일하면서 독일의 대외관계와 통일정책의 연속성을 확보했습니다. 독일이 정부 수립이후 계속해 온 연립정부의 덕이었습니다.

독일은 1949년 정부 수립이후 70년간 8명의 총리를 거치며 정치적 안정을 확보했습니다. 내각제가 갖는 정치적 불안정성을 배제할 수 있는 헌법적 장치를 갖추었기 때문입니다. 총리를 불신임할 때는 후임 총리를 선출해 놓아야 하는 헌법 조항 때문에 슈미트 총리 한 명밖에 불신임이 없었던 것입니다. 정당은 총선 전에 총리후보를 지명하여 총선을 지휘하도록 해서 총리는 대통령과 같은 권위를 확보할 수가 있습니다.

저는 원래 내각제는 반대했습니다. 일본의 경우 총리의 평균 임기가 1년이 될까 말까 하는 정치적 불안이 계속되었습니다. 일본의 정치 불안으로 일본의 국제적 위상은 끝없이 추락했으며, 경제도 상당히 위축되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의회에 대한 불신이 국민들 사이에 팽배해 있고, 대통령 직선에 대한 국민적 정서가 일반화되어 있는 나라에서 내각제는 불가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더구나 재벌의 정치적 영향력이 막강한 나라에서 내각제는 안된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나 2013년에 독일에서 8개월을 보내면서 저의 생각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바이마르 공화국의 무능과 무질서를 극복하고 나치의 부끄러움을 딛고 일어나 번영과 복지를 이룩한 민주주의의 위대한 힘을 독일에서 보았습니다. 국론의 분열을 극복하고 국민을 통합하여 정치적 안정을 유지한 국민의 지혜를 본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해방 이후 대통령제를 통하여 산업발전을 이루고 민주주의를 이룩한 위대한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국민 소득 100불도 안되는 가난한 나라에서 이제 3만불을 이룩한 경제대국으로 발전하고 민주화도 이루었습니다. 올림픽과 월드컵, 동계올림픽 등 세계적인 스포츠대회를 모두 개최하며 국위를 선양했습니다. 지금은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과 함께,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끊임없는 정치적 불안에 시달려왔습니다. 이승만은 4.19혁명으로 하야한 후 미국으로 망명했고, 박정희는 부마항쟁 이후 중앙정보부장에 의해 피살되었고, 전두환은 6월 민주항쟁으로 퇴임하고 구속되었습니다. 1987년 민주화 이후에도 노태우 구속, 노무현 자살, 이명박, 박근혜 구속 등으로 정치는 늘 불안했습니다. 민주화의 거두로 대통령이 된 김영삼, 김대중도 자제가 비리로 구속되는 비운을 겪었습니다. 제왕적 대통령제 하에서 나라는 항상 부정부패 시비에 휩싸이고 정치는 싸움으로 일관했습니다.

작년에는 미국 실리콘 밸리에서 4차산업혁명의 현장을 지켜보았습니다. 곳곳에서 혁신의 물결이 넘치는 가운데 산업과 기술이 역동적으로 변화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미국도 대통령제의 폐해가 그대로 드러나고 있었습니다. TV 뉴스에서는 연신 트럼프 대통령의 ‘러시아 게이트’가 판을 치고 있었습니다. 대통령에게 권력이 집중되어 있는 현실 속에서 대통령의 전횡적인 권력행사로 사회 전체가 힘들어하고 있었습니다.

이제 우리 정치가 바뀌어야 합니다. 저는 2017년 1월 촛불혁명의 한 가운데에서 국민주권개혁회의를 창립했습니다. 국민주권의 시대를 열고 통합의 정치를 열어나가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더 이상 제왕적 대통령에 의한 국정농단과 정치적 불안이 없는 나라, 7공화국 건설을 위한 길에 나선 것입니다. 승자독식과 양대 거대정당에 의한 담합이 아닌 다당제하의 합의제 민주정치로 민주공화국의 참뜻을 살리고자 한 것입니다.  

다당제는 이미 우리 정치의 현실이 되어 있습니다. 총선 때마다 제3당이 유력하게 떠올랐습니다. 권위주의 시대와 같이 제1당이 국회의원 과반수를 훌쩍 넘기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대부분의 정권이 대통령과 의회 권력이 일치하지 않게 된 것입니다. 대통령은 의회의 협조를 얻지 못해 정책을 제대로 펼쳐나가지 못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4대개혁을 외쳤지만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높은 여론의 지지율을 바탕으로 국회를 뛰어넘으려 하고 있습니다. 직접민주주의의 유혹입니다. 촛불 혁명에 의해서 정권을 잡은 정권으로서는 뿌리치기 어려운 유혹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직접민주주의는 자칫 공화주의의 뜻을 훼손할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합니다. 공화주의는 다양한 정치세력간의 연합과 연립, 연대, 협치의 뜻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정치세력이 표출되는 다당제에서 연립과 연대는 가장 중요한 정치적 가치가 되고 있습니다. 이것만이 대통령 주변 비선실세의 발호를 불리치고, 정치를 깨끗하고 공명하게 밝힐 것입니다. 나라의 정치적 안정이 거기서 나옵니다.

이제 어느 한 쪽만을 선택하고 다른 쪽을 버릴 수는 없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정치적 통합이 어느 때보다 더 중요해 질 것입니다. 협치는 그 시작이 될 것입니다. 연립정부는 이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앞에 놓여진 필연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대통령 4년 연임 개헌안은 개헌이 아니라 제왕적 대통령제를 더욱 악화시키는 호헌선언입니다. 대통령제는 이제 폐기해야 할 구시대 유물입니다. 대통령제는 이제 정치적 비리의 온상일 뿐 아니라 정치적 불안정의 씨앗입니다. 대통령과 국회, 청와대와 여당, 여당과 야당간의 불일치가 앞으로 가장 큰 정치적 난제가 될 것입니다.

국회의원들 사이에서는 이 난제를 풀어갈 수 있는 제도로 내각제를 가장 크게 선호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국회의원들이 아무리 선호해도 대통령의 압도적인 권위 앞에서 아무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제왕적 대통령제 하에서 여당 국회의원은 앵무새와 거수기 노릇밖에 못하는 것입니다.  

물론 대통령의 권위가 약해지면 사정은 달라집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권위가 약화되면서 많은 여당 국회의원들이 탄핵 찬성으로 돌아선 사실을 우리는 똑똑히 보았습니다.

국회의원들이 제대로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제도가 바뀌어야 합니다. 국회가 국정의 중심에 서야 합니다. 그것이 진정한 공화주의 정치입니다. 그것이 바로 헌법 개정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이제 우리는 미래를 준비해야 합니다. 4차산업혁명시대에 다양해지는 기술과 산업에 대응할 정치태세를 갖추어야 합니다. 융복합 시대에 정치적 융복합 체제를 갖추어야 합니다. 복지와 성장을 함께 추진할 수 있는 통합경제를 수행할 정치체제를 갖추어야 합니다. 연립정부와 합의제 민주주의입니다. 한반도 평화시대를 맞이하기 위해 대한민국의 모든 세력이 남북의 통합에 대응할 수 있는 정치체제를 갖추어야 합니다. 통합과 연대의 정치체제입니다.

독일식 총리민주주의가 가장 가까운 대안입니다. 다당제를 수용하고 안착시키면서 연립정부로 안정과 통합을 이루는 것입니다. 이것을 단지 선거제도의 개편이 아니라 헌법상의 권력구조로 정착시켜야 합니다. 독일식의 연동형 비례대표제입니다. 총리는 물론 정당간의 합의를 통해서 국회에서 선출해야 합니다.

(대통령 직선의 국민 정서를 고려하여 프랑스식 2원집정부제나, 오스트리아식 대통령의 사실상 권한 위임 등을 생각할 수 있으나 논의를 단순화하기 위하여 생략합니다.)

우리에게도 연립정부의 아름다운 성공사례가 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정치적 소수세력으로 대통령제 하에서도 DJP 연합으로 집권하고 연립정부를 구성했습니다. 집권 내내 대통령 마음대로 총리 한번 임명하지 못했고, 경제 장관의 선정은 연정 파트너에게 맡겼습니다. 그러면서도 남북 정상회담을 하고 기초생활보장제도를 확립해서 복지제도의 기초를 다졌고, 정보화 시대를 열었습니다. 연립정부의 힘이었습니다. 권력을 나누는 것은 더 큰 힘을 얻는 것입니다.

다당제 연합정치는 우리나라의 고질인 지역정치의 폐해도 줄일 수 있습니다. 호남에서 영남 후보를 데릴사위처럼 대통령 후보로 앉혀서 수모를 당하는 일없이 자신의 훌륭한 후보를 연립정부의 수상으로 뽑을 수 있는 기회가 훨씬 많아질 것입니다.

물론 7공화국을 향한 저의 제안은 현실적으로 당장 실현되기 어려울 것입니다.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국회불신의 현실, 대통령 직선을 향한 국민 정서, 그리고 무엇보다도 현재 권력인 문재인 정부의 반대 등 사정은 어렵기만 합니다.

그러나 저는 역사의 진보를 믿는 사람입니다. 국민의 인식이 변할 것입니다. 현행 대통령제 헌법은 어쩔수 없이 제왕적 대통령을 만들 것이고 비선 실세의 악폐를 재생산할 것입니다. 우리의 국회의원들도 개인적으로는 다 자격이 훌륭한 분들입니다. 국회의원들에게 정부를 조직할 권한을 주면 책임있는 정치인으로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권한을 주지 않으니 반대만 하고 싸움만 하게 되는 것입니다.

헌법개정 일정에 얽매일 필요가 없습니다. 지방선거 연계 국민투표는 지난 대선 때 정치적인 목적을 위해 만들어진 허구입니다. 대통령이 발의했지만 야당의 반대로 어차피 개헌은 안 되는 것입니다. 개헌 논의는 발의로 종료된 것입니다. 정치권은 이번 지방선거와 동시에 개헌 국민투표를 할 계획은 포기한다고 선언해야 합니다.

지금의 개헌 논의는 지방선거의 쟁점을 흐리는 것 외에도 남북관계의 엄중한 현실에 비추어 국론을 분열시킬 위험만 있습니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남북관계를 잘 발전시켜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고 통일의 기반을 다지는데 국력을 집중할 때입니다.

저는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으로서 앞으로 개헌논의를 국민적 차원에서 전개해 나가고자 합니다. 국가의 미래를 위해 더욱 진지하게 제7공화국을 준비해 나갈 것입니다. 기왕에 촛불혁명의 열기로 개헌을 이루지 못한 터에 이번 지방선거와 안보정국에서 논의의 핵심을 흐릴 것이 아니라, 지방 선거를 끝내고 다음 총선이 다가올 내년 말까지 국민적 합의를 모아서 대한민국과 한반도의 미래를 준비해 나가고자 합니다. 국민 여러분의 폭넓은 참여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018. 3. 29
손 학 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