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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3-02-01 12:27
【 손학규 상임고문 】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국민 - 대한민국의 현재와 미래를 말하다(Ⅰ)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591  
2022. 10. 19  
동아시아미래재단 
대한민국의 현재와 미래를 말하다(Ⅰ)
기조연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국민

손  학  규
동아시아미래재단 상임고문


대한민국에 위기가 도래했다. 북한이 각종 신형 탄도미사일을 연이어 발사하며 한반도에 군사적 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김정은은 최근 핵 선제 타격을 법제화하며 핵무기 사용을 위협하고 나섰다. 한·미 연합군은 항공모함과 폭격기 등 전략자산을 동원하며 대응 훈련을 하고 있다. 이러다가 실로 진짜 전쟁이 일어나는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불러올 정도로 안보가 어수선하다. 

중국은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방문을 계기로 대규모 무력 시위를 감행하면서 동북아에 안보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시진핑은 “대만에 대한 무력 사용 포기를 절대 약속하지 않겠다”며 임기 내 대만 무력침공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실제로 시진핑의 집권 기간 내 대만 침공과 그로 인한 전쟁이 일어나지 않을까 세계가 걱정하는 상황까지 전개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고전하고 있는 러시아의 푸틴은 "우리 영토 완전성이 위협받는다면 의심의 여지 없이 러시아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다. 이건 허풍이 아니다." 라고 말하면서 핵무기 사용을 노골적으로 위협하고 있다. 

국제적으로 이렇게 전쟁과 핵무기 사용 위협이 고조되는 가운데 한국에서는 여당 대표 등이 전술핵 재배치의 필요성을 주장하며 이 문제를 미국과 논의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대통령도 “여러 의견들을 잘 경청하고 따져보고 있다”고 답하면서 이를 적극 부인하지 않는 상황까지 왔다. 

안보상황이 이렇게 어지럽게 전개되는 가운데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는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고, 미국의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중요국의 화폐가치가 하락하고, 세계 경제가 위축되고 있다. 

한국은 20년만에 6개월 연속 무역적자를 기록하고 경상수지 적자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한국 경제를 지탱해 오던 반도체도 미·중 패권전쟁의 희생물이 되어 휘청거리고 있으며, 미국의 자국 보호주의의 여파로 전기차, 배터리 등 신기술 산업도 위기를 맞게 되었다.

베를린 장벽 철폐와 소련의 붕괴로 이루어진 냉전체제의 해체는 이제 신냉전 체제로 변화해, 세계는 바야흐로 ‘시대전환’의 길을 걷게 되었다. 이런 과정에서 세계화를 지배했던 자유무역의 시대가 가고, 미국은 자국보호주의 정책으로 동맹국과 일자리 제로섬 게임을 벌리게 되었다. 미국 키신저가 주장한 대중전략, ‘무역을 통한 변화’가 투키디데스 함정이 되어 미·중 대결이 어디까지 진전할지 미래를 가늠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미국의 바이든 정권이 들어서서 전임 트럼프 대통령에 이어 중국과 반도체 패권전쟁이 더욱 첨예화되었다. 미·중 패권경쟁을 최고의 국정과제로 선택한 바이든 대통령은 전 세계의 가치동맹을 기반으로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중국에 대한 압박은 반도체의 생산 및 수출에 대한 통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공급망을 미국 위주로 재편하려는 정책이다. ‘반도체및 과학법’을 제정하여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분야의 미국 내 투자를 지원하고, ‘인플레이션 감축법’으로 미국산 전기차를 우대하는 정책으로 전환하고 있다. 

중국에 대한 신기술의 지원을 차단한다는 것이 명분이지만, 이러한 미국의 자국보호정책은 한국의 삼성전자, 현대차, SK 등이 미국내 투자를 급격히 늘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일자리 측면에서 한국과 미국이 제로섬 게임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바이든이 2022년 10월 12일 발표한 국가안보전략(NSS)은 결국 1980년대 이후 미국에서 거의 사라진 산업정책을 부활하겠다는 것으로, 이는 ‘자유’무역 대신 ‘공정’이란 명목하에 ‘보호’무역을 추구하겠다는 미국 경제정책의 일대 전환을 말하는 것이다.

우리는 신냉전 질서의 도래로 미·중 경쟁의 틈바구니에 끼어있다. 그동안 안미경중(安美經中)으로 안보를 미국에 의존하고 중국과의 경제협력으로 번영을 추구해 왔지만, 미·중 경쟁 구도 속에 우리나라도 양자 택일의 강요를 받는 신세가 되었다. 한국은 안보상 동맹국이지만 경제에서는 경쟁 상대가 된 형편이다.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미국을 포기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중국을 쉽게 버릴 수도 없다. 중간에 서서 양쪽의 이익을 다 취하기는 쉽지 않다. 중간자 역할은 양쪽으로부터 버림을 받을 수 있는 길이다. 

한미동맹은 우리의 유일한 생존의 길이다. 북한이나 중국과 협력을 얻거나 협상하기 위해서도 한미간의 굳건한 우호관계는 필수적이다. 미국의 신뢰와 지원이 없는 대한민국은 북한에게도 아무 쓸모가 없다. 김정은은 2018년 9월 21일 트럼프에게 보낸 친서에서 "지금 문 대통령이 우리의 문제에 대해 표출하고 있는 과도한 관심은 불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데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문재인 정부가 한·미동맹을 경시하고 한·미 군사훈련을 기동훈련 대신에 컴퓨터시뮬레이션 훈련으로 대체한 것은 미국으로부터 한국에 대한 의심을 사게 하고, 북한과 중국, 일본으로부터 멸시당하는 외톨박이가 되는 지름길을 택한 것이다. 중국의 눈치를 보아서 미국의 펠로시 하원의장 방한 때 윤석열 대통령이 만나주지 않고 전화 통화만 한 것은 미국의 입장에서 볼 때 한국의 동맹 의지를 의심케 할 수 있는 것이다. 

미국과 동맹관계가 중요하다고 해서 중국과 적대적인 관계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 우리의 경제적 이득을 포기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중국에 대해서는 한·미동맹, 한·미간의 우호적 관계가 필수적인 것임을 공식적으로 알려 주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 

중국과의 경제 협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미·중 관계가 적대적인 관계가 아닌 협력관계가 되도록 우리가 역할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반도체, 배터리 등 분야에서 한국이 우수한 산업기술과 생산 능력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경제적으로 우리가 중국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우리 정부는 기술 격차를 유지하고 확대하기 위해서 적극 역할해야 한다. 인재 육성 뿐 아니라 노사관계, 산업환경 조성에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 용인에 반도체클러스터가 이웃한 지방자치단체의 반대 때문에 3년째 착공을 하지 못하는 현실은 타개되어야 한다. 도와 중앙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한 것이다.

북한에 대해서는 교류와 협력이라는 포용정책을 유지해야 하지만, 대한민국의 가치를 지키고 대북 교섭의 원칙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대북관계에 있어서는 미국과의 긴밀한 소통과 협력이 모든 것의 전제가 되어야 한다. 미국과의 확고한 동맹관계가 대북 교섭의 가장 효과적인 수단임을 명심해야 한다.

일본과의 관계는 한·미동맹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도 조속히 개선되어야 한다. 미국이 일본의 존재를 중요시하는 만큼, 한국도 일본을 중시해야 한다.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와 같이 반일감정이 국가정책으로 반영되는 일은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된다. 일제 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 등에 대해서는 법원의 판결은 존중하되, 정부 차원에서 정치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드골의 리더십을 본받아 과거의 적대관계를 미래의 우호관계로 발전시켜야 한다. 드골은 유럽 민족주의의 부흥을 위해서 100년 앙숙이던 독일과의 오랜 갈등관계를 종식하고 '독일·프랑스 화해협력조약'을 맺었다. 유럽 연합의 시발점은 바로 여기였다. 우리는 아직도 죽창가나 부르고 있을 때가 아니다.

국내적으로 기술산업을 발전시키고 북한에 원칙있는 협력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국가의 권위가 필요하고, 국내 정치가 안정되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 정치는 국민의 극심한 불신을 받고 있고, 정부는 권위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위기를 맞이하여 전 국민이 에너지 절약운동을 펴고 있다. 겨울에 섭씨 19도 이하로 방 온도를 유지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고, 온 국민이 지키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능할까? 안된다. 지도자가 국민의 존경을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 행복을 위해 비전을 제시하고 실천 방법을 모색하는 지도자가 없는 나라는 미래 희망이 없는 법이다. 정치가 국민을 위해서 안보를 지키고 경제를 일으켜야 하는데, 국민이 정치를 안타깝게 쳐다보는 나라가 된 것이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것은 우리 국민의 특별한 장기다. 우리는 이제 거리낌 없이 세계의 선두주자로 나설 때다. 정치가 스스로를 반성하고 국민의 앞에 서서 세계로 이끌고 나가야 할 때다. 우리가 한반도에 새로운 문명을 개척한다는 야심을 갖고 이를 이루기 위해 나서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