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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4-05-08 13:13
손학규 상임고문 소상공인 대토론회 기조연설 [자영업 회생은 중산층 복원과 지역경제 회복의 밑거름]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673  


안녕하십니까? 동아시아미래재단과 소상공인연합회가 공동 주최하는 소상공인 대토론회에 참석해주신 내외 귀빈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또 어려운 걸음을 해주신 동아시아미래재단 회원들께도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그리고 어려운 여건 속에서 골목상권을 꿋꿋이 지키고 계신 자영업자 여러분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오늘 이 자리에 자영업을 하시는 분들이 많이 오셨습니다. 음식점, 슈퍼마켓, 문구점, 세탁소 하시는 분들입니다. 누구 한명 우리 생활에서 없어서는 안될 분들입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자영업자는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중산층이었습니다. 풍족하지는 않았지만 자식 키우고 알뜰하게 가정을 꾸려가는 데 큰 모자람은 없었습니다. 그뿐 아닙니다. 자영업자는 지역사회를 지키는 건강한 시민이었습니다. 지역경제의 버팀목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떻습니까? 말 그대로 처참한 상황입니다. 정규직 노동자보다는 말할 것도 없고, 해고 위험에 떠는 비정규직보다 더한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는 자영업자가 대다수를 이루고 있습니다. 700만 자영업자의 절반이 월소득 100만원 이하의 빈곤층입니다. 자영업자의 가구당 빚은 1억원을 넘었습니다. 57만명은 이자도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문 닫는 사람도 많습니다. 전체 자영업자의 16%가 매년 문을 닫고 있습니다. 자기 인건비도 못 건지면서 마지못해 영업을 하는 것입니다.

그것만이 아닙니다. 자영업자들은 휴일도 없습니다. 1365일 일합니다. 새벽에 나가서 별을 보고 귀가합니다. 가족끼리 저녁 식사 한번 하기도 어렵습니다. 말 그대로 `저녁이 없는 삶입니다. 그렇다고 사회보장 혜택을 제대로 받습니까? 4대보험의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이 바로 이분들입니다. 이분들에게 희망이 있습니까? 미래가 있습니까? 열심히 일하면 남보란 듯이 잘 살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질 수 있습니까?

왜 이렇게 도었습니까? 장사하시는 분들의 책임입니까? 아닙니다. 자영업자들의 잘못이 아닙니다. 근본적으로 국가의 책임입니다. 잘못된 경제 시스템을 만들어온 데 있습니다.

근본적인 이유는 일자리 부족입니다. 일자리가 부족해서 자영업으로 몰리는 구조입니다. 최근 대기업들이 다시 구조조정을 한다고 합니다. 적게는 몇백명에서 많게는 몇천명씩 인원을 줄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정부는 창업을 활성화하겠다고 합니다. 그러면 그 사람들이 어디로 가겠습니까? 새로운 일자리가 없으니까 치킨집, 분식집, 슈퍼마켓 차리러 가지 않겠습니까? 또 일부는 정부 말만 믿고 푸드트럭으로 가겠지요. 과연 그런다고 생활이 안정되겠습니까? 상권은 뻔한데 창업하겠다는 사람만 몰려듭니다. 장사가 될 리가 없습니다.

대기업이 골목상권을 싹쓸이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대형 마트가 들어설 때마다 동네 가게들이 줄줄이 문을 닫습니다. 가뜩이나 경쟁이 심한 마당에 그나마 남아 있는 손님들을 대형 마트가 다 쓸어가는 것입니다. 이런 상태에선 자영업자들이 설 자리가 없습니다.

그뿐 아닙니다. 자영업자는 한번 실패하면 재기하기가 어렵습니다. 처음에는 퇴직금 쏟아붓고, 집 담보로 빚을 내서 가게를 엽니다. 하지만 창업에 실패하면 다시 일어설 기반이 없습니다. 직장 없고, 돈 없고, 은행이 외면하는데 어떻게 재기를 하겠습니까?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 사회의 자영업자들은 생계형 창업 -> 과당 경쟁 -> 창업 실패 -> 빈곤층 전락이라는 악순환에 빠져 있습니다. 이 상태로는 회생의 길이 보이지 않습니다. 뭔가 획기적인 조치가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경제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합니다. 경제가 발전할수록 고용이 늘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거꾸로 입니다. 정부는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4만달러를 외칩니다. 하지만 정작 일자리는 줄어들고 있습니다. 고용 창출을 못하는 수출 대기업위주의 정책이 되다보니 고용 없는 성장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고용을 창출하는 내수 중소기업을 적극 지원하는 경제 정책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그래야 일자리가 만들어집니다. 그래야 직장인도 살고 자영업자도 삽니다.

창업 활성화 정책도 신중하게 추진돼야 합니다. 현정부는 국민들에게 창업을 적극 권유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자영업을 방치하고 홀대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참으로 무책임한 모습입니다. 창업은 제 살 깎아먹기 식으로 기존 상권을 침범하는 방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개척하는 방식으로 추진돼야 합니다. 이미 포화 상태인 업종에 경쟁자들을 몰아넣는 방식은 대안이 될 수 없습니다.

둘째로, 자영업자들을 보호, 육성해야 합니다. 그들을 구조조정 대상으로 봐서는 안됩니다. 우리나라가 OECD 국가들에 비해 자영업자 비율이 높은 것은 사실입니다. 장기적으로 자영업자 비율을 낮춰야 하는 것도 맞습니다. 하지만 앞서 얘기했듯이 이것은 잘못된 경제 정책의 결과입니다. 잘못된 정책으로 자영업자를 양산해놓고 사람들이 많으니 퇴출시키겠다고 하면 되겠습니까? 일단 살 길을 열어주면서, 그리고 중장기적으로 내수 육성을 통해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내면서 과당경쟁이 해소되도록 해야 합니다.

셋째로, 자영업자 지원의 근간이 되는 소상공인기본법을 제정해야 합니다. `소기업 및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특별법이 마련돼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자영업자에게 특화된 기본법이 있어야 합니다. 조직과 예산도 대폭 확충해야 합니다. 현재는 중소기업청 내의 1개 국이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매우 만족스럽지 못합니다. 장기적으로 `소상공인진흥청설립을 적극 검토해야 합니다. 소상공인진흥청을 통해서 일관된 지원 정책을 펼 수 있을 것입니다.

넷째로,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입을 더욱 확실하게 차단해야 합니다. 예전에는 지방의 자영업자들이 돈을 벌면 그 돈이 해당 지역에서 돌았습니다. 그래서 지역 공동체가 유지됐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대형 마트나 체인점들이 지방 곳곳에 진출해있습니다. 이들이 벌어들인 돈이 어디로 갑니까? 전부 서울로 가고 지역에는 아무것도 남지 앟습니다. 지역경제가 황폐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입을 억제하는 법안을 더욱 강화해야 합니다. 또한 독일처럼 `소상공인 통합 물류센터를 지역별로 설립해 자영업자들이 편리하게 이용하도록 해야 합니다. 그렇게 해서 물류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춰야 대형 마트나 체인점과 경쟁할 수 있습니다. 경쟁력 강화를 위해 반드시 물류센터가 필요합니다.

다섯째로, 자영업자에 대한 4대보험 지원 체계를 재구축해야 합니다. 자영업자들에게 세금보다 무서운 게 4대보험료입니다. 아무리 장사가 안돼도 내야 합니다. 그래서 보험 가입이 안돼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매우 걱정스러운 일입니다. 현재 두리누리 사회보험이 자영업자의 국민연금과 고용보험료를 50%씩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건강보험과 산재보험이 빠져 있습니다. 반쪽짜리에 불과합니다. 사회보장의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4대 보험 전체를 대상으로 보험료 부담을 덜어주는 `전면적인 지원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보험료 지원 비율도 지금보다 훨씬 높여야 합니다. 그렇게 해서 700만 자영업자를 사회안전망 안으로 끌어들여야 합니다.

월세 안정과 권리금 보호를 위한 방안도 중요합니다. 열심히 일하는 자영업자가 월세나 권리금 때문에 장사를 못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됩니다. 상가임대차보호법이 있지만 그다지 큰 도움을 주지 못합니다. 무리한 월세 인상을 막을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합니다.

자영업을 살리자는 말이 겉치레로 끝나서는 안됩니다. 이들이 살아나야 건강한 중산층이 복원됩니다. 그리고 피폐해진 지역경제도 살아날 수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나라 경제를 튼튼히 하는 일입니다. 따라서 정부는 자영업자 정책을 국정의 중심 과제로 격상시켜야 합니다. 농촌이 죽어버린 나라가 건강한 나라가 될 수 없습니다. 자영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영업이 살아야 나라가 건강해집니다.

700만 자영업자가 우리 국민경제 속에서 가장 크고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풍요로운 삶과 안전한 생활을 보장하는 것은 국가의 가장 중요한 책무가 되었습니다. 소상공인을 보호 육성해서 국민생활의 안전과 인간의 존엄성이 보장되는 나라가 되도록 우리 사회의 근본 시스템을 정비해 나가야 합니다.

골목상권의 주인들이 우리 사회의 당당한 주역으로 다시 설 수 있도록 모두의 힘과 지혜를 모아갑시다. 저도 여러분과 같이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