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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5-12-28 18:52
손학규 상임고문 키맵대학교 강연문 2 (한글)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181  
   151029 키맵대 강연문(한글).pdf (78.4K) [1] DATE : 2015-12-28 18:52:37



박근혜 대통령은 정권 초에 대북정책의 일환으로
신뢰 프로세스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을 천명하였습니다. 실로 박근혜 대통령은 이미 북한의 전 지도자 김정일과 좋은 관계를 맺었었고, 스스로 통일에 대한 열망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었던 만큼 남북관계의 증진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았습니다. 그러나 그 기대는 아무런 성과도 보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박 대통령은 앞서 말했듯이, 북한의 급변사태를 묵시적 전제로 한 통일 대박론을 말하면서 북한을 자극했습니다. 한편 박 대통령은 20144월 발표한 드레스덴 선언에서 비핵화와 교류 협력을 동시에 추진하자는 제안을 통해서 다소 유화적인 입장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박 대통령은 대화와 교류의 대가로 물질적 보상을 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는 원칙을 항상 강조하였습니다. 금년 8월 휴전선 목함지뢰 사태로 야기된 군사적 긴장상태에서도 박 대통령은 이 원칙을 지킨다는 입장이었고, 원칙있는대북정책이 결국 북한으로 하여금 대화 테이블에 나오게 했다는 인식이었습니다. 박 대통령은 928일 행한 유엔총회 기조연설과 1016일 한미정상회담에서 채택된 공동성명에서도 강경정책을 고수하였습니다.

박 대통령의 한반도정책 방향은 그의 대 중국 정책과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박 대통령은 취임 이래 중국과 매우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 왔고, 이것은 박대통령의 중국 전승절 70주년 기념 열병식 참석으로 절정에 달했습니다. 이는 미국의 동맹국 지도자로서는 놀라운 행보였습니다. 이에 중국은 박 대통령을 시진핑 주석의 두 번째 옆자리인 러시아 푸틴 대통령 다음 자리에 서게끔 대접해 주었습니다. 이 열병식 참관 장면은 북한 지도자 김정은에게 상당한 스트레스를 주었을 것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과 다섯 번이나 정상회담을 가진 것에 비해 본인은 취임 후 한 번도 만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박 대통령의 원칙있는대북정책은 성공적인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북한 고립정책이, 북한의 입장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남한의 시각에서 볼 때도 최선의 정책일지는 깊이 고려해봐야 할 사항입니다.

한국 정부가 북한 문제와 관련해서 해야 할 것은, 첫째, 북한의 개혁 개방을 이끌어 내고, 둘째, 한반도를 둘러싼 평화로운 지역 질서를 조성하는 것입니다. 남한의 이익을 기초로 했을 때 대북정책의 최우선적 목표는: 첫째, 동북아지역의 안보긴장을 완화시켜 단기적으로는 코리아 리스크를 줄이고 장기적으로는 한반도의 통일을 위한 우호적인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며, 둘째, 남북 간 협력을 통해 경제적 기회를 추구하고 이익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이 정책 목표를 실행하기 위한 기본 방향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합니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바람직하든 아니든 간에 북한체제의 인정과 보장이 따라야 합니다.

이 정책 목표를 실행하기 위한 당면과제는 남북 간 교류 협력의 시행입니다.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5.24 제재의 폐기, 아니면 완화라도 가능한 빨리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 다음에는 휴전협정에서 평화체제로의 전환을 준비해야 합니다. 평화체제를 이루기 위해서는 북미 관계 정상화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수적입니다.

그러나 이 평화 프로세스에는 북핵이라고 하는 심각한 문제가 내포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핵무기에 대해 눈을 감고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묵인해야 하는가? 두 말할 필요도 없이 우리는 북한이 핵무기로 무장하는 것을 용인할 수 없습니다. 북한의 핵무장은 동북아 지역의 안보 불안을 야기하고 군비경쟁을 과열시킬 것입니다. 평화 프로세스에서 비핵화는 필수적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반드시 고려해야 할 점은 지금까지 평화 프로세스의 전제 조건으로서의 비핵화 요구는 아무런 수확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나는 여기서 비핵화와 평화 프로세스는 동시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고 제안하는 바입니다.

문제의 핵심은 북한의 태도에 있습니다. 북한의 지도자들은 두 가지 핵심적인 사항을 명심해야 합니다. 첫째는 핵무기와 대량살상 무기는 그들의 안보해법이 될 수 없다는 점입니다. 미국과 서구 동맹국들 뿐 만 아니라 중국 역시 북한이 핵보유국이 되는 것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습니다. 이는 주변국들과의 관계를 악화시킬 뿐입니다. 둘째는 생존과 번영의 길은 오직 개혁과 개방이라는 것입니다. 이 길만이 장기적인 사회 안정과 이에 따른 체제안보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북한은 경제성장을 이루고 국민의 생활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게끔 시장경제를 도입해야 합니다.

북한은 개혁 개방이 그들의 정치적 기반을 흔들지 않을까 우려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정치체제의 급격한 변화 없이도 시장경제가 도입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합니다. 우리는 중국과 베트남에서 그 모델을 보았습니다. 이곳 카자흐스탄만 하더라도 시장경제의 도입으로 괄목할만한 경제 발전을 이루었음에도 정치체제는 안정적으로 유지된 사례를 보여주었습니다. 이는 특히 국유재산의 민영화를 포함한 낡은 사회주의경제의 과감한 개혁을 통해 가능하였습니다. 잘 알려진 바와 이 나라의 개혁은 존경하는 방찬영 박사님이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을 헌신적으로 보좌한 데 힘입은 바가 컸습니다. 제가 이번에 카자흐스탄을 방문하면서 한국통일문제와 특히 북한의 개혁 개방에 대해 강연하고자 한 것은 카자흐스탄이 정치적 불안정 없이 성공적인 개혁을 이룬 훌륭한 모범사례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북한 지도자들에게 만일 개혁이 제대로 실행되기만 한다면 시장경제 도입이 그들의 체제 안보에 별다른 위협을 야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확신시켜줄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리더십의 문제는 절대적인 중요성을 갖습니다. 리더십의 핵심은 세계변화에 적응하는 능력입니다. 지도자는 새로운 세계의 도전의 본질을 정확히 인식하고 그 도전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는 일반적으로 독일어로 ‘Zeitgeist’라고 하는 시대정신또는 역사의식을 말합니다. 다음으로 중요한 점은 지도자는 자신의 가문의 배경이나 정치적인 유산의 굴레에서 벗어나 오직 국가의 발전과 국민의 행복만을 자신의 중심적 가치로 세우는 것입니다. 저는 이것을 머슴 리더십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지도자는 오로지 국민과 국가에 봉사하고 헌신해야 합니다.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특히 통일에 필요한 리더십은 한마디로 말하면 개방적이고 개혁적인 리더십, 공존과 포용의 리더십이고, 무엇보다도 머슴정신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평화체제를 이룩하기 위해 북한의 정치체제를 인정하는 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급변사태시나리오에 기초한 압박전략이 아니라 북한과의 접촉을 늘려가는 포용정책이 필수적입니다. 이 포용과 협력 정책은 박 대통령의 신뢰 프로세스정책에 튼튼한 기반을 제공할 것입니다. 제가 경기도지사로 재임할 때, ‘남북농업협력정책을 통해 북한에 대규모 벼농사지원사업을 시행한 바 있습니다. 이 사업을 통해 경기도와 북한 간에는 상당한 수준의 신뢰를 구축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빌리 브란트의 동방정책의 설계자인 에곤 바르가 접촉을 통한 변화가 독일 통일의 초석이 되었다고 말한 대목을 상기해야 합니다.

북한체제의 보장이 한반도정책의 핵심이 되어야 합니다. 이는 북한의 행태나 특히 북한체제가 본질적으로 용인될 수 있거나 바람직하기 때문이 아닙니다. 다만, 이 평화 프로세스를 통해서만이 우리가 한반도의 평화적인 환경을 확보할 수 있고, 그래야 대한민국의 국민이 안보에 대한 불안 없이 안정적이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길만이 국민들에게 통일한국의 미래에 대한 희망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북한의 새 지도자로서 김정은 제1비서에게 요구되는 필수적인 덕목은 개혁 개방에 대한 확고한 믿음입니다. 그는 시장 지향적 개혁을 통해 이룰 경제적 번영으로 자신의 정치권력을 더욱 효과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는 데 대해 확신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그는 이 방법이야말로 자신의 정치체제를 유지하는데 핵무기와 군사력보다도 더 효과적인 길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시장경제 도입으로 이루어질 복지증진과 생활수준의 향상으로 북한국민들의 만족도는 더 높아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남한과 주변국들은 북한체제의 안전을 보장해 주어야 합니다. 그것이 한반도와 동북아지역의 평화질서를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김정은은 대화와 교류 협력에 더 적극적으로 나올 수 있고, 이는 평화와 번영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한반도 통일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는데 기여할 것입니다.

유능한 남한 지도자는 북한 지도자에게 개혁과 개방을 설득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는 이것이 북한의 국민과 지도자 자신에게 다 같이 이롭다는 것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합니다. 남한 지도자는 김정은이 아버지로부터 시장경제의 씨앗을 이미 물려받은 만큼, 개혁 개방 시나리오에 대한 믿음을 가져야 한다는 것 역시 설득할 수 있어야 합니다. 현재 북한경제는 이미 상당 부분 장마당 경제에 의해 받쳐지고 있으며 북한은 꽤 자연스럽게 이 상황에 적응하고 있습니다.

북한 경제의 개혁 개방과 정치체제 보장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것은 평화 프로세스의 핵심이고, 이것이야말로 한국을 통일로 이끄는 길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현시점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입니다.

저는 독일의 헬무트 슈미트 전 총리의 발언을 인용하며 이 강연을 끝내고자 합니다. 언제 한국이 통일될 수 있을지 예측해달라는 질문을 받고 그는 이렇게 대답하였습니다. “통일은 통일을 말하지 않을 때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