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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2-05-04 16:14
재정위기와 포퓰리즘, 균형잡힌 시각이 필요하다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390  

재정위기와 포퓰리즘,

균형 잡힌 시각이 필요하다.


[송의영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또다시 먹구름이 세계경제를 덮고 있다. 지난 1년간 미국경제가 1%대 성장을 하였다는 소식이 시장을 뒤흔들더니 유럽의 대들보인 독일이 성장을 거의 멈췄다는 소식이 경기전망을 더욱 어둡게 한다. 와중에 세계의 눈은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국채 금리에 쏠리고 있다. 유럽의 관가가 8월 바캉스로 휴업하고 있는 사이 유럽중앙은행이 힘겹게 두 국가의 국채금리 급등을 억제하고 있다.


9월이 되어도 남유럽 재정위기에 대한 획기적 안이 나오지 않는다면 유로존 붕괴 시나리오는 괴담의 영역을 훌쩍 넘어서게 될 것이다. 혹자는 그 충격이 2008년 금융위기 수준에 훨씬 미달할 것이라 주장한다. 그러나 필자는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만일 재정위기로 유로 시스템이 붕괴한다면 그 충격파의 크기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미국과 남유럽의 재정위기는 우리의 복지논쟁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위기가 깊어감에 따라 국민의 복지지출에 대한 경각심도 함께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총선과 대선을 앞둔 한국경제에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복지지출 확대는 곧 포퓰리즘이라는 등식은 경계해야 할 것이다. 포퓰리즘이란 단어가 대중선동술이라는 부정적 의미로 사용되는 현실에서 이러한 단순 논리는 그 자신이 포퓰리즘의 덫을 숨기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 단어를 좀 더 객관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싶다. 단기적으로는 대다수 국민에게 기쁨을 주지만 지속가능하지 않아 장기적으로 위기를 초래하는 정책이라고. 조세의 증가 없이 복지지출을 크게 확대하는 정책은 물론 포퓰리즘으로 간주하고 비난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조세 증가를 동반한 복지지출 확대는 포퓰리즘 목록에서 제외해야 한다. 지속가능성에 아무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세계 최고 수준 복지지출을 하고 있지만 높은 조세부담률로 균형재정과 작은 국가부채를 유지하고 있는 스웨덴은 국가부도 위험이 가장 낮은 국가로 평가받고 있다.


한편 정부지출 축소를 동반하지 않은 감세는 포퓰리즘으로 분류해야 할 것이다. 감세는 국민 모두가 환영하지만 지출의 축소 없이 장기간 유지되면 재정위기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공급경제학이란 이론을 신봉하는 일부 경제전문가들은 그렇지 않다고 주장한다. 정부의 소득세 수입은 세율에 소득을 곱한 값에 의해서 결정된다. 그런데 세율이 감소하면 국민들이 더욱 열심히 일해 소득이 급증할 것이기 때문에 세수가 오히려 증가한다는 것이다. MB노믹스를 설계한 것으로 알려진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도 공급경제학의 신봉자다. 감세가 경제성장을 촉진한다는 데에는 대부분의 경제학자가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존경받는 경제학자 중에서 최고 소득세율이 50%를 밑도는 나라에서 감세하면 오히려 세수가 증가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찾기 힘들다. 부시 대통령 재임기간에 미국 재정적자가 증가한 것은 전쟁비용과 더불어 감세정책에 기인한 바 크다. 공화당 강경파의 공급경제학에 대한 허망한 집착은 현재 미국 재정적자 감축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장기간 유지되는 저금리도 포퓰리즘 후보다. 금리를 낮추면 가계와 기업이 반기고, 주식과 부동산이 춤을 추고, 호황으로 저소득 가계의 살림도 넉넉해진다. 그러나 저금리를 지나치게 오랫동안 유지하면 버블 발생의 위험이 급증한다. 일본과 미국의 국채위기는 저금리 때문에 발생한 부동산 버블을 근본 원인으로 하고 있다는 사실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아일랜드와 스페인의 위기 또한 유로존 가입의 혜택으로 발생한 저금리가 부동산 버블을 촉발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선진국의 재정위기는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던져준다. 그러나 보고 싶은 것만 본다면 제대로 된 교훈을 얻을 수 없다. 포퓰리즘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