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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4-02-14 09:29
[국민과의 약속은 지켜져야한다.' -손학규 전 민주당대표 페북의 글]
 글쓴이 : 무진장
조회 : 202  
   http://cafe.daum.net/hqtown [66]


손 전 대표님은 2월 14일 오전, 최근 여야 정치권에 흐르고 있는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 무산 기류와 관련해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국민과의 약속을 파기한 채 기득권에 연연하려는 정치권을 질타하고 나섰습니다.
손 전 대표가 페이스북에 '국민과의 약속은 지켜야 한다';는 제목으로 올린 글 전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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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과의 약속은 지켜야 한다.
 
지난 제19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한 목소리로 공약한 기초자치단체 정당공천제 폐지가 무산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최근 활동 시한을 한 달 연장했지만 기초자치단체장 및 의원의 예비후보 등록이 1주일 앞으로 다가온 오늘까지 이 문제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새누리당의 반대 때문입니다. 제도 개선이 불가능한 시점까지 차일피일 미루며 시한을 넘겨 유야무야로 기존의 공천 제도를 유지하려는 속셈입니다.
 
새누리당은 정당 민주주의에 위반되는 위헌적 소지가 있다거나, “여성 및 사회적 약자의 정치 진출의 기회를 막는다는 등의 이유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폐지가 개혁이 아니다는 논리까지 들이대며 공약 파기를 기정사실화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박근혜 대통령입니다. 자신의 공약을 당이 뒤집고 있는데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것입니다. 야당 대표가 공약 준수를 요구하는데 여당 대표를 향해 잘 해 보세요하며, 사돈 남 말 하듯 하고 있습니다.
 
박 대통령은 입만 열면 신뢰를 말해 온 사람입니다. ‘약속을 트레이드 마크로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 정치인입니다. 그런 박 대통령이 자기 약속이 뒤집히고 있는데도 딴청만 하고 있는 것입니다.
 
박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이던 20121120, 기초 및 광역의원들 앞에서 정당 공천으로 인한 눈치보기, 줄서기, 각종 비리사건들의 폐해를 근절하기 위해 정당공천제 폐지를 약속한 바 있습니다. 대선 공약집에도 공천 폐지를 위한 법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명문화했습니다.
 
박 대통령은 특히 대선 공식 선거운동 첫 날인 20121127, 대전역 유세에서 야당에 대해 말을 뒤집고 약속을 헌신짝 같이 버리는 낡은 정치를 일삼는다고 비난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은 국민과 맺은 약속은 하늘같이 어떠한 일이 있어도 실천할 것이라며 약속을 지키는 새 정치의 미래를 확실히 열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새누리당도 지난해 중반까지만 해도 황우여 대표의 79일 발언에서 보듯 공천제 폐지가 당론임을 확인했습니다. 몇 달 앞서 4월에 치러진 재보궐 선거에서는 국민과의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며 공천을 하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말부터 슬며시 입장이 바뀐 것입니다. 그러나 누구도 이것을 새누리당의 독자적인 결정에 따른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새누리당의 성격과 구조상 누가 감히 박 대통령의 공약을 마음대로 폐기할 수 있겠습니까?
 
한국 정치의 위기가 어디서 왔습니까? 약속을 지키지 않는 풍토가 만연했기 때문입니다. 박 대통령은 누구보다 이를 잘 알고 있습니다. 박 대통령이 약속을 강조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 있습니다 그런 박 대통령이 약속을 내팽개치고 있는 것입니다.
 
기초 연금 공약을 지키지 못한 것은 그나마 이해를 해 줄 여지가 있습니다. 재정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니, 의지와 철학의 문제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칩시다. 그러나 기초자치단체 공천 배제는 돈이 드는 것도 아닙니다. 세금을 늘려야 될 일도 아닙니다. 박 대통령의 말대로 정치 쇄신을 위한 공약이었습니다. 이 공약의 폐기는 정치 쇄신을 포기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런 공약은 반드시 지켜져야 합니다.
 
이 문제는 박 대통령만이 풀 수 있습니다. 아니 박 대통령의 책임입니다. 박 대통령이 결단해서 기초자치단체 공천 배제 공약을 준수할 것을 엄중히 요구합니다.
 
우리만이라도 약속을 지킵시다
 
민주당도 이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민주당은 정당사상 최초로 전 당원 투표를 통해 압도적 결의로 정당공천 폐지를 당론으로 결정했습니다. 정치 쇄신의 의지를 보여준 쾌거였습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과연 민주당의 의지가 확고한 것인지, 의구심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새누리당의 공천 유지 방침이 사실상 확정되면서 민주당도 출구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는 보도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당 지도부와 광역단체장 및 시도 위원장들과의 간담회 이후, 공약 파기는 새누리당 탓으로 돌리고 현실적으로 민주당도 공천을 해야 한다는 기조가 힘을 받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법 개정도 안되고 새누리당이 공천을 하는데 우리만 안하면 선거에 불리하니 우리도 공천을 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일리가 없지 않습니다. 정치는 현실이고 선거는 이겨야하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여기서 우리가 똑똑히 보아야 할 것은 국민의 눈입니다. 국민은 지금, 자신들과 한 약속을 지키고 있는지,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습니다. 정말로 공천 폐지의 결연한 의지가 있는지 눈에 불을 켜고 있는 국민을 제대로 보아야 합니다.
 
새누리당이 공약을 파기하고 박 대통령이 약속을 어기는 것으로 정치 불신은 더욱 커질 것입니다. 그러나 이를 적극 저지하지 못한 민주당에 국민은 더 큰 좌절감을 느낄 것입니다. 그럴 줄 알았다고 눈을 돌릴 것입니다.
 
더욱 결연한 의지로, 공천제 폐지 약속을 우리 스스로 지켜내야 합니다. 민주당은 126석이나 가진 거대 야당입니다. 여당 내에서도 공천제 폐지와 공약 준수의 당위성에 동조하는 의원들이 다수 있습니다. 공개적으로 말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우리가 확고한 의지만 가지면 못할 것이 없습니다. 18대 국회에서 의석수가 절대 열세인 민주당이 세종시 수정 법안을 확고한 의지로 부결시키지 않았습니까? 길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문제는 의지입니다.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기어코 약속을 파기하고 현 제도를 고수한다면 민주당만이라도 공천을 하지 않아야 합니다.
 
물론 이에 따른 위험부담은 큽니다. 선거 결과가 불리할 수도 있습니다. 현행 공직선거법 496항에 따라 민주당 후보들이 무소속으로 등록하기 위해서는 당적을 포기해야 한다는 현실적 제약이 있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1만 여명의 핵심 당원이 탈당해야 하는 민주당의 아픔을 모르는 바도 아닙니다.
 
그러나 어려운 때일수록 정도를 가야합니다. ‘백척간두에 진일보’(百尺竿頭 進一步)해야 하는 것입니다. 지금 민주당은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창당도 하지 않은 안철수 신당에 지지율이 뒤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안철수 현상이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심각하게 반성해야 합니다.
 
공천제 폐지의 핵심은 기득권 내려놓기입니다. 민주당은 지금 뼈를 깎는 자세로 특권 내려놓기 혁신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공항 귀빈실을 이용하지 않고, 축의금과 부의금 액수를 제한하는 등 특권 포기의 혁신안을 내놓고 있습니다. 그러나 공천제 폐지야말로 기득권 포기의 핵심입니다. 국민은 그것을 보고 있습니다.
 
당의 대표를 두 번이나 지낸 사람으로 당장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 패할지도 모를 위험을 감수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무책임하게 보일 수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독일에서 돌아온 이후 기회 있을 때마다 공천제 폐지를 주장해 왔습니다. 이것이 우리 민주당이 살 길이라는 생각에서였습니다.
 
이제 그 막바지에서 공천제 폐지가 물 건너 갈 것 같은 위기감에서 어쩔 수 없이 펜을 들었습니다. 정치 불신이 더욱 커지고 민주당이 그 늪에 빠질 것 같은 절박한 위기감에서 입을 열게 된 것입니다.
 
아픔 없는 개혁은 없습니다. 개혁은 버리는 데서 시작합니다. 기득권을 버린다고 하면서 아무것도 손해 보지 않겠다는 것은 혁신하겠다는 자세가 아닙니다.
 
지금은 눈앞의 선거 결과가 아니라 멀리보고 가야할 때입니다. 몇 자리 더 얻을 것인가가 아니라, 국민을 보고 가야 할 때입니다. 숫자 계산에 기대어 이길 생각을 하지 말고, 국민이 우리를 붙들어 일으켜 세워 줄 것을 기대해야 합니다. 우리가 국민을 믿고 기득권을 버리면, 국민은 우리 편이 되어줄 것입니다.
 
2014214
손 학 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