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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2-05-07 11:16
박원순, 이대로는 필패다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508  

박원순, 이대로는 필패다

박원순과 민주당에 던지는 4가지 과제
맹인섭 (mis728) 기자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와 함께 14일 오후 경동시장을 방문한 박원순 야권통합 서울시장 후보가 시민들과 얘기나누며 환하게 웃고 있다.
ⓒ 남소연
박원순

서울시장 선거의 열기가 점점 달아오르고 있다. 초반 야권 통합의 기치를 들고 안철수씨의 아름다운 양보와, 범야권 후보 통합 과정을 거친 박원순 후보의 출발은 좋았다.

서울신문과 엠브레인이 지난달 19일과 20일 실시한 가상 양자대결에서는 15.9% 포인트 격차로 우세했던, 박원순 후보는 TV토론회가 진행 된 후 동일기관에서 조사한 여론 조사에서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에게 오차범위 안에서 3.1% 포인트 뒤지며 초접전 양상으로 나타났다.

한쪽에서는 선거는 추세라면서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또 다른 쪽에서는 숨겨진 20% 이상의 "숨은 표"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그러나, TV토론회와 박근혜 지원 유세 발표 이후에 여론이 많은 변화가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팩트다.

지금 박원순 후보의 진영에는 시민단체, 민주당을 포함한 야권의 정당들, 혁신과 통합 등 그야말로 야권의 모든 단체와 사람들이 몰려와서 화려한 진용을 자랑하고 있다.

그러나, 명분도 충분하고 시민의 사랑도 받고 있는 박원순 단일 후보가 지금들어 약간의 고전을 면치 못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물론 독자들 중에는 아직 선거 초반이고 여론조사가 선거 결과의 바로미터는 아니다라고 말할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렇지만 정말 시민 후보의 캠프에 문제점이 있다면 초반에 짚어보고 고쳐나가는 것이 현명할 것이라고 충고한다.

무엇이 문제인가?

첫째, "프레임 전쟁"에서 지고 있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야권 통합 후보의 출범은 "반MB정서", "오세훈 실정에 대한 비판"에서 한나라당을 응징하고 성숙된 시민의 힘을 보여주자는 데서 출발한다. 그러나 이러한 원동력을 살리지 못하고 "진보 대 보수", "반한나라당 대 한나라당"의 큰 틀이 아니라 "박원순 대 나경원"의 인물 대결로 좁아진 구도로 가고 있다. 이는 이미 프레시안의 "김종배의 it" "한나라 네거티브 공세의 효과는…"이라는 평론에서 "박원순, "프레임 전쟁"에서 밀리고 있다"라고 선언하고 있다. 참으로 정확한 지적이라고 본다.

현재 박원순 후보의 연관 검색어 추이를 보면 본인의 정책이나 공약, 또는 오세훈 전 시장의 실정과 한나라당의 문제점에 관한 연관 검색어는 거의 없고 상위 연관 검색어의 다수가 "박원순 하버드" "박원순 법대" "박원순 병역" 등 후보자 검증과 관련된 단어들이 많다. 물론 기성 정치인이 아니라서 박원순 후보에 대해서 많은 시민들이 궁금해할 수 있다고는 본다. 그러나, 그가 이루어낸 사회 참여적 활동에 대한 검색보다 TV토론과 보수 언론 등을 통해 부각된 네거티브 공세가 확실히 국민들의 관심을 더 자극하고 있는 것은 검색어 추이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전쟁은 전장의 선택이 중요하다. 박원순 후보는 본인의 강점이랄 수 있는 "MB 정권 심판" "시민 민주주의"라는 전장 대신에 "인물대결"이라는 평소 본인이 익숙하지 못한 전장으로 나와버렸다. 이점에서 한나라당 캠프의 네거티브 전략은 아주 제대로된 효과를 발휘한 것 같다.

둘째, "시민의 분노"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스테판 에셀이 94세에 쓴 <분노하라>는 책을 보면 "분노할 일에 분노하지 않으면 인간은 결코 자신의 존엄성과 행복을 지킬 수 없다"라는 글귀가 있다. 현재 우리 사회 시민운동의 주류적 움직임은 공정하지 못한 것에 대한 분노다. "월가를 점령하라"는 운동도 소외된 99%의 분노요, "강남좌파"도 정의롭지 못한 사회에 대한 지식인의 분노라고 보아야한다. 서울 시장 선거에서 시민 후보가 나온 것은 현 정권에 대한 공정하지 못한 대한민국 시스템에 대한 분노의 표현이다. 박원순 후보는 미래의 서울시 시정에 대한 비전으로 나경원 후보와 다툴 것이 아니라, 먼저 서울시 시정의 실패와 서민 경제 파탄에 대한 책임론으로 서울시민과 대한민국 국민의 분노를 대변해야 했다. 정권의 비도덕성과 민생 문제 등으로 억눌려왔던 시민들에게 투표 행위로써 시원한 한방의 카운터 어텍을 날려줄 수 있는 분노한 표심의 집결이 필요하다.

세째, 너무 일찍 승자의 모습을 보였다.

박근혜 전 대표와 나경원 후보의 나란히 유세 행보를 보고서 "모녀 같다" "큰언니와 막내 동생 같다"라는 표현들이 나온다. 그리고 언론 사진과 영상에는 현장과 달리 수행원도 많이 잡히지 않아 보수 지지층의 친근감과 보호 심리를 유발시키고 있다.

그러나 박원순 후보의 경우는 대권에 거론된 대다수의 사람들과 그 수행원들로 인해 아주 북적이고 있다. 겉으로는 강력하고 화려해 보일지 몰라도 반대로 보수층의 결집과 진보층의 느슨한 참여를 유발시킬 수 있다고 본다.

이 시점에서 지난 4.27 재보선 때 분당을 지역구 유세 장면이 갑자기 오버랩되어 스쳐지나간다.

선거 막바지에 한나라당은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포함한 100여명의 국회의원이 동원되어 정자역과 미금역 사거리를 푸른색 물결로 도배했었다. 반면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나홀로 선거 유세차에 올라타고 골목 구석구석을 돌면서 말 그대로 처절하게 유세를 했었다. 강재섭 후보 측에서는 의원급 수십명이 정권 안정을 일방적으로 떠들었고 손학규 후보는 길 건너 약국 아줌마와 빵집 아줌마를 호명하면서 시민의 한 표가 미래를 바꿀 수 있다고 외쳤다.

결과는 여러분들도 잘 아시다시피 손학규 후보가 강재섭 후보를 누르고 당선되었다. 한나라당의 너무 화려했던 선거 유세에 진보층은 긴장하고 결집했고, 청중 개개인을 변화의 주체로 지목하는 손학규 대표의 밀착형 연설에 청중들이 본인의 한 표 행사를 넘어 친구와 가족을 설득한 결과였다.

이제 현재의 서울시장 선거를 보자. 박원순 후보는 초반 많은 차이로 나경원 후보를 리드하고 있었고, 진보층의 결집은 강하게 보여졌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경우 나경원 후보 혼자만 후보로 나와서 그 어떠한 흥행도 바람도 없었다. 또한 안철수 바람으로 인해 보수층 그리고 전통적인 정당 지지층은 위기감이 팽배해졌다. 선거에서 바람은 항상 진보 영역에서만 부는 것은 아니다. 정당 정치를 흔들 정도로 거센 시민단체의 돌풍과 급진적 진보에 대한 방어 심리는 보수층의 결집에 충분한 동력을 제공할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지지층의 결집은 후보자가 상대적 약자로 비춰질 때 강하게 나타난다. 특히 진보는 더욱 그렇다. 안철수 바람을 이어 받은 박원순 후보가 민주당 박영선 후보를 누르고 통합 후보가 되고 선거 캠프에 모든 사람들이 들어온 것이 선거 승리로 가는 공동의 헌신이 아니라 승리 후 지분 구도로 시민에게 비춰지는 순간 게임은 끝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네째, 야당 특히 민주당 당원들의 불안감과 자괴심

야권 통합이라는 거대한 흐름은 이미 시작 되었다. 문재인과 안철수 열풍으로 인해 실체는 정의하기 힘드나 분명 존재하고 있는 시민의 힘이 그 통합의 축으로 작동하고 있다. 시민단체 후보가 야권의 단일 후보가 된 것은 그 예라고 봐야할 것이다.

그러나 과거부터 지금까지 개인의 생활을 희생하면서 정당 활동을 해온 정당원들에게는 새로운 희망도 주었지만 기득권의 해체와 함께 자신의 정치적 삶이 이 시대가 요구하는 변화의 반대편일 수도 있다는 자괴감도 안겨 주었다. 60년 역사를 자랑하는 제 1야당인 민주당과 선명한 정책 노선을 주장해온 민노당 당원들에게는 그 충격이 더 크다고 볼 것이다.

상부구조에서 연대와 통합을 외치지만 하부구조가 진정으로 동의하고 움직이지 않으면 그 길은 험난할 것이다. 우리는 지난 김해을 선거와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민주당 표의 결집 부족으로 야권의 단일화 후보가 선거에서 패하는 결과를 보았다. 이를 단순히 민주당의 구조적인 문제로만 돌려버린다면 민주당을 포함한 진보적 정당의 전면 해쳐모여 아니면 해결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 방안에 대한 반작용과 저항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손학규 대표가 "박원순은 이미 민주당의 후보"라고 말하지만 민주당 당원도 아닌 사람이 과연 민주당의 후보냐라고 반문할 민주 당원도 많을 것이며, "박원순 후보를 민주당으로부터 자유롭게 해주고 싶다"고 하여도 현재 공동 선거본부에서 상임이라는 최상의 직책을 맡고서 선거 캠프에서 민주당의 지분 강화에만 노력한다면 이 또한 다른 야당이나 시민 단체에게 설득력을 줄 수 없는 부분이다.

참으로 민주당 입장에서는 더 들어가지도 빼지도 못하는 엉거주춤한 형세가 되어버렸다. 이제 박원순 후보와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민주당 당원의 불만과 불안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해소하고 당력을 결집시킬 것인가를 고민해 보아야 한다. 이는 단순히 박원순 후보가 민주당에 입당한다고, 반대로 민주당이 해쳐모여 한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다.

박근혜 전 대표가 나경원 후보에 대한 지원 유세를 결정함에 있어서 손학규 민주당 대표와의 간접대결, 안철수 교수와의 간접대결의 결과에 대해 고민을 충분히 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반부터 강하게 지원 유세에 참가하는 것은 그만큼 한나라당과 정당 정치에 대한 위기감도 작동했지만 안철수 교수가 박원순 캠프에 참여하더라도 이길 수 있는 비책이 있기에 초반부터 강하게 움직일 수 있다고 추측해 본다.

그것이 바로 현재 민주당이 안고 있는 딜레마를 활용하는 안일 수도 있다. 이번 선거에서 시민단체의 돌풍이 확인되고 곧바로 야권 통합이라는 지각 변동 속에서 민주당이 사라지거나 N분의 1로 전락할 위험성에 대한 민주당 당원들의 불안과 상처받은 자존심을 한나라당과 보수 언론이 전략적으로 유도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전쟁에서는 사기가 제일 중요하다. 사기는 바로 내부의 단결에서 온다. 이는 박원순 후보와 박원순 캠프에 참여한 각 단체의 대표자들이 서울시장 선거 뿐 아니라 2012년 대선까지 함께 고민해야할 최고의 과제라고 생각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삼의정책연구원 황성식, 박동규 연구원과 토론한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6411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