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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4-06-18 12:31
손학규 고문 제5차 대토론회 기조연설 [새로운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기본으로 돌아가자]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582  

새로운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기본으로 돌아가자

                                                               손 학 규

 

안녕하십니까? 동아시아미래재단이 주최하는 세월호 참사 대토론회에 참석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또 어려운 걸음을 해주신 동아시아미래재단 회원들께도 감사의 말씀 올립니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두 달이 지났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가족들 품으로 돌아가지 못한 실종자가 열 두 분이나 됩니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 번 희생자와 유족들께 깊은 애도와 따뜻한 위로의 마음을 전합니다. 저는 지금 기성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이번 참사에 대해 크나큰 죄책감을 느낍니다. 특히 우리 나라를 책임지겠다고 나선 한 사람의 정치인으로서 무한한 책임감을 통감하고 있습니다. 이번 참사의 원인이 국가의 무능과 정부의 무책임이라면, 그 뿌리에는 무능력한 정치, 무책임한 정치가 자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세월호 참사는 우리 사회에 엄청난 충격을 던져주었습니다. ‘가만있으라는 말만 믿고 선실을 지키고 있던 어린 학생들을 놔두고 자기들만 탈출한 선장과 선원들의 반인륜적 행태, 이런 사고를 접하고도 적극적으로 인명구조에 나서지 못한 정부의 무능력과 무책임은 우리 사회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었습니다. 안전불감증과 안전시스템의 부재는 물론 부패유착 구조의 진면목을 유감없이 드러냈습니다.

 

반면, 이번 참사는 우리 사회 전반을 다시 한번 깊이 들여다보는 성찰의 계기가 되었습니다. 생명을 존중하고 안전을 중시하는 사회, 인간의 존엄성이 최고의 가치로 존중받는 사회의 중요성을 절감하게 되었습니다.

 

승객을 버리고 가장 먼저 탈출한 선장은 가장 높은 수준의 처벌을 받아 마땅합니다. 하지만 솔직히 묻고 싶습니다. 저임금에다 비정규직 신분인 선장에게 배를 버리지 말고 마지막 승객까지 구출한다는 자부심과 명예를 지키라고 요구할 수 있는지, 되묻고 싶습니다. 불법적인 선박 개조와 과적, 그리고 평형수 부족은 공개된 비밀입니다. 관의 묵인과 방조, 그리고 유착관계가 일상화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이 사고를 겪으면서 국가는 국민에게 어떤 책임을 지고 있으며, 국가는 왜 존재하는지 심각한 물음이 제기되고 있는 이유입니다.

 

입 가진 사람이면 누구나 말합니다. 세월호 이전과 이후는 달라져야 한다, 대한민국의 역사는 세월호 이전이 있고 세월호 이후가 있다고. 맞습니다. 국민 모두의 뼈저린 반성의 결과였고, 간절한 소망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두 달이 흐른 지금, 우리는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생명과 안전을 강조했지만 장성 요양병원 화재로 스물 한 명이 숨지는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고양시 버스터미널에서는 작은 화재로 여덟 명이 귀중한 목숨을 잃었습니다. 반성과 참회의 말들이 무수히 오갔지만 우리 사회는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제2, 3의 세월호 참사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대통령은 국가 개조를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과연 대통령의 국가개조론은 충분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까? 국가 개조를 말하면서 지금까지 내놓은 것이 무엇이었습니까? 해경의 해체와 해수부 안행부의 조직 축소, 소방방재청의 해체, 그리고 국가 안전처의 신설, 그것이 다였습니다. 천하를 바꿀 것 같았던 국가 개조가 기껏 일부 정부조직의 개편으로 끝난단 말입니까?

 

실망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내각과 청와대 참모진 개편은 권위주의적 오만함과 불통의 극치였습니다. 대통령에게서 시대의 흐름을 보는 혜안은 커녕 역사에 대한 성실한 인식도 찾을 수 없습니다. 민주주의에 대한 기본적 인식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급기야 민족공동체의 눈으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인사를 총리로 내놓기에 이르렀습니다. 이제 대다수 국민은 절망을 넘어서 분노를 쏟아내기 시작했습니다.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 우리 국민의 변화에 대한 욕구가 더욱 절실해졌습니다. 새로운 사회에 대한 요구도 한층 거세졌습니다, 인간중심의 사회, 공동체가 살아있는 사회, 정의가 숨 쉬는 새로운 사회에 대한 강렬한 요구입니다.

 

세월호 이전부터 우리 사회에는 새로운 사회로의 변화에 대한 요구가 팽배해 있었습니다. 수년전부터 이미 정의사회에 대한 요구가 커졌습니다. 미국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이 한해에 100만부가 팔려나갔습니다. “2013년 체제담론이 힘을 얻었습니다. 분단체제를 극복하고 평화체제로, 탐욕의 양극화를 지양하고 정의로운 복지국가로 정치를 바꾸자는 운동이었습니다. 2012년 대선에서는 여당 후보까지 복지사회경제민주화를 들고 나왔습니다. 그리고 그것으로 이겼습니다. 대선 후에는 복지국가로 번영과 통일을 이룩한 독일을 배우자는 열풍이 휘몰아쳤습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의 퇴보와 퇴행은 국민에게 좌절과 실망을 안겨주었습니다, 경제민주화는 실종되었고, 규제개혁이라는 이름의 시장만능주의가 다시 판을 치게 되었습니다. 권위주의의 망령이 되살아났습니다. 정치는 사라지고 일방통행식 지시와 받아쓰기가 세상을 짓누르고 있습니다. 국민통합의 구호는 국론분열적인 인사정책에 의해 실종되고, 통일대박론은 극단적인 남북대결로 변질되고 있습니다.

 

진보와 보수, 지역과 지역, 세대와 세대가 적대하는 대결의 정치는 분열의 정치를 넘어 증오의 정치로 치닫고 있습니다. 새로운 정치에 대한 국민의 열망과 기대도 이내 구태 정치의 재현으로 좌절을 맞게 되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정말로 변해야 합니다. 빈곤의 심화와 사회적 양극화를 이겨내고 사회통합의 길로 가야 합니다. 분열과 대결의 정치를 뛰어넘어 통합의 정치로 나아가야 합니다. 남북 대결의 분단구조를 극복하고 평화체제로 나아가야 합니다.

 

이것은 단지 몇 몇 정부부처의 조직개편으로 이루어 질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미지 쇄신 차원의 인사개편으로 이루어 질 수 있는 것은 더욱 아닙니다. ‘통일대박론의 현란한 구호로 만들어지는 것은 더더욱 아닙니다.

 

사회적 인식을 바꾸는 일이요, 역사의식을 새롭게 하는 일입니다. 정치 문화를 바꾸는 일입니다. 지도자의 철학을 새로이 하고 확고히 하는 일인 것입니다.

 

인간의 존엄성을 국정철학의 최우선으로 하고, 공동체의 가치를 기초로 한 사회통합을 이루어야 합니다. 갑을간의 탐욕과 횡포가 없고 빈부의 격차가 없는 정의로운 복지국가의 길을 열어가야 합니다. 협동조합을 사회적 약자를 위한 경제운용의 중요한 한 틀로 삼을 필요가 있습니다.

 

교육부터 바뀌어야 합니다. 교육감 선거에서 나타난 민심을 바로 보아야 합니다. 입시 지옥의 경쟁 일변도 교육에서 인간의 회복을 목표로 하는 교육으로 바꿔야 합니다. 공동체 정신을 바탕으로 하는 인성교육이 회복되고 아이들의 인격이 존중받는 교육이 되어야 합니다.

 

권력의 집중을 막고 사회 각 세력이 연대하여 정치를 도모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어야 합니다. 지역 간, 이념 간 분열구도를 극복할 독일식 다당제 연립정부 체제를 적극 도입하여 통합의 정치를 구현해야 합니다.

 

분단체제의 극복이야말로 사회통합과 정치통합의 기본적 환경을 제공할 것입니다. 남북갈등은 우리 사회의 모든 분열과 갈등의 원천이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통일대박론은 평화체제 구축으로 뒷받침되지 않으면 대결구도를 되레 악화시킬 뿐입니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따른 교류와 협력이 모든 것의 시작입니다.

 

한반도 평화체제의 구축은 새롭게 형성되는 동아시아 신질서의 중심이 될 것입니다. 동아시아 중심의 세계 신질서는 동아시아 신문명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통일 한반도는 해양세력과 대륙세력의 접점에서 동아시아 신문명의 구심점이 될 것입니다. 대한민국에서 새로운 사회의 구축은 바로 이 때문에 더욱 중요한 것입니다.

 

세월호 사태를 거치면서 우리는 새로운 사회를 창조해야 할 역사적 사명을 안게 되었습니다. 변화는 시대의 흐름입니다. 희망은 정치의 과제입니다. 정치는 이제 국민에게 희망을 주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정치의 자세는 민주주의의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세종대왕의 공적은 민유방본(民惟邦本), 백성이 오직 나라의 근본이라고 하는 국정철학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맹자는 여민동락(與民同樂), 백성과 기쁨을 함께하는 정치를 설파했습니다.

 

국민이 주인이고,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생명과 존엄성을 지키는 데서 민주주의가 시작합니다. 민주주의는 국민 모두가 함께 잘 사는 나라의 구현입니다.

 

국가개조는 민주주의의 기본으로 돌아가는 데서 시작해야 합니다. 대통령과 여당은 민주주의에 대한 성찰로부터 세월호 이후를 준비해야 합니다. 우리 야당도 스스로 민주주의의 길을 걷는 데서부터 새로운 사회를 열어 갈 대안임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야 할 것 없이 민주주의의 기본으로 돌아가서, 세종의 리더십으로, 통합의 정치를 펼쳐나가야 합니다.

 

세월호 참사의 교훈은 인간성의 회복이고 사랑의 위대함입니다. 사랑의 힘으로 인간의 존엄성이 최고의 가치로 존중받는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 갑시다. 국민 모두가 함께 잘사는 나라, 통합의 사회를 만들어 갑시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