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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4-03-06 11:31
[민주당이 죽어야 산다-펌]
 글쓴이 : 무진장
조회 : 380  
민주당, 죽어야 산다(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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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식/논설실장

주사위는 던져졌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의원의 ‘야권 신당’ 합의는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제대로 된 대안(代案) 정당의 절박성 때문이다. 선거
패배를 예상하면서도 각개약진하는 것은 지도자의 자세
가 아니다. 두 사람 모두 떠밀린 측면이 강하지만 모처럼 정치적 상상력과 용기도 보여주었다.

문제는 벌써 너무 많은 것을 잃었다는 사실이다. 결합이 위력을 발휘하려면 안 의원의 이미지
와 민주당의 조직이 상승(相乘)작용을 해야 하지만 실상은 거꾸로다. 안 의원은 며칠 전까지 민주당을 구정치의 한 축(軸)으로 규정했었고, 선거연대조차 반대했었다. 누가 보더라도 창당에 한계를 느껴 척결 대상과 손잡았다. 새정치는 설득력을 잃었고, 자신의 말을 주워담기도 민망할 지경이 됐다. 민주당 역시 마찬가지다. 오죽 궁했으면 ‘5 대 5 통합’을 해야 했을까. 민주당 국회의원은 126명이고, 안철수신당은 2명이다.

결속력이 없이 모래알 신세인 민주당, 지지도는 높아 보이지만 물처럼 구체적 형체도 없고, 언제 증발할지도 모르는 안철수신당이 합치면 어떤 효과를 낼까. 모래 한 바가지에 물 한 바가지를 부으면 부피는 그대로다. 그래도 지금까지는 민주당이 수지맞는 거래를 한 것으로 보인다. 국회의원 총선까지 2년이나 남아 있기 때문이다. 6월 선거가 국회의원 선거라면 ‘동일 지분’ 합의는 정치의 지각을 흔드는 위력을 발휘할 것이다. 그러나 지방선거인데다, 그나마 기초 단위에서는 ‘무공천’을 하기로 했다. 안 의원 측이 당장 정치 세력을 확장하기 어려운 이유이고, 민주당 친노(親盧) 의원들이 잠잠한 이유다.

이미 지나간 얘기지만 이상적 시나리오는 민주당 내부에서 노선·세력 투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일부 중도·합리 세력이 안 의원 측으로 옮아가 교섭단체를 구성
하고, 그래서 두 정당이 과거 양김(兩金) 정당처럼 경쟁과 협력을 벌이다가 선거를 앞두고 재결합하는 것이다. 흥행과 명분을 다 확보할 수 있는 길이다. 그러나 기회를 놓쳤다. 지난해 5월 전당대회에서 김 대표가 당권을 장악한 직후에 시작됐으면 좋았을 것이다. 당시 대선평가보고서를 발간하는 등 그런 시도가 있기는 했다. 그러나 친노세력에 밀려 대선 불복이라는 엉뚱한 길로 접어들고 말았다.

필자는 지난달 10일 ‘민주당, 죽어야 산다’ 본란 칼럼에서 민주당이 1년을 허송했지만 지금이라도 안철수신당이라는 ‘빈 집’을 접수하고, 그것을 위해 분당도 감수할 만하다는 주장을 했었다. 김 대표도 지난해 대표 수락연설에서 “영혼만 빼고 모든 것을 버려야 산다” “혁신은 고통을 요구한다”며 그런 구상을 밝혔었다. 올바른 방향을 잡기까지 많은 수업료를 지불했다.

앞으로 우여곡절이 많겠지만 기회의 불씨는 꺼지지 않았다. 제대로 된 야당에 대한 기대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기초부터 제대로 다져야 한다. 보통 정치적 통합은 ‘세 불리기’가 목적이지만 이번에는 ‘버리기’가 중요하다. 가장 먼저 청산해야 할 것이 2012년 총선·대선 패배 요인들이다. 통합진보당과 연대해 종북(從北)의 숙주 노릇을 하고, ‘나꼼수’류(類) 저질세력도 ‘내편’이라면 마다하지 않았다. 대선 패배 이후에는 패인을 ‘박근혜 탓’으로 돌리며 불복 운동을 주도했다.
아직도 통진당은 물론 민주당 일각에 종북·친노·저질 세력이 조용히 웅크리고 다시 궐기할 때를 노리고 있다.

이런 세력·노선과 과감히 결별해야 한다.
126명의 민주당 의원 중 절반이 신당에 불참하는 한이 있더라도 감수해야 한다. 튼튼한 기초공사
를 위해 필요하다면 이번 지방선거에서의 고전이나 패배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그것이 제 살을 도려내는 고통이고, 진정한 사즉생(死卽生)의 길이다. 김한길 대표, 그 이전의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 그리고 안 의원이 지금까지 해 온 정도의 온건한 방식으로는 안된다. 문재인·안철수 후보단일화 당시의 비화, 대선 이후 움직임을 종합하면 두 그룹 사이에는 근본적 차이가 존재한다. 행태도 완전히 다르다. 따로 가는 것이 서로에게 이롭고, 국민도 덜 헷갈리게 한다. 그러고 나서 ‘반(反)박근혜’가 아닌 독자적 프레임을 설정해 국민의 신뢰를 받아야 한다. 민주당이 제대로 죽어야 민주당도 살고, 안철수신당도 살고, 종국적으로 건전한 야권 세력도 살아날 수 있다.

 

<출처>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4030501033837018004

 

 


 

민주당, 죽어야 산다(I)

 

이용식/논설실장(2014.2.10)


언제든 정권을 맡을 수 있는 역량과 기반을 가진 강한 야당은 반드시 필요하다. 불행히도 현재의 민주당은 이와 거리가 멀다. 박근혜 대통령의 ‘불통’과 새누리당의 ‘무기력’을 고려하면 더욱 안타깝다. 민주당 스스로도 잘 알고 있다. 총선·대선에서 연패한 직후인 지난해 1월 14일 출범한 비상대책위원회에서 문희상 위원장은 “60년 정통야당이라는 역사만 빼고 모든 것을 바꾸겠다”면서 “사즉생(死卽生)”을 외쳤다. 4개월 뒤 5·4전당대회에서 선출된 김한길 대표는 “영혼만 빼고 모든 것을 버려야 살 수 있다”고 했다.

과연 버리고 바꿨는가. 문 위원장은 책임을 뼈아프게 인정하고 제살을 깎아내는 혁신을 내걸었다. 그러나 단 한 명이라도 ‘정치적 생명’을 내놨던가. 양대 선거 당시의 이해찬·한명숙 대표도,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 의원도 국회의원으로 조용히 활동중이다. 손학규 전 대표만 엉뚱하게 ‘죄인’이라며 풍찬노숙하고 있다. 김 대표는 분열주의와 결별하고, 유능한 인재를 영입해 ‘더 큰 민주당’을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누구를 영입했는가. 내분은 되레 심해지고, 다른 당으로의 유출을 걱정해야 할 지경이 됐다.

길은 알지만 가지 못하는 것이 민주당의 슬픈 현실이다. 원인은 변화를 추동할 힘이 없기 때문이다. 상반된 성향·목적·세력이 뒤엉켜 서로의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다. 패배 뒤의 활로 모색은 실패 요인 청산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문책 대상들은 패배를 선거부정 탓으로 돌리며 책임을 희석시키더니, 다시 주도권 경쟁에 나서고 있다. 물론 이에 맞선 흐름도 있지만 치열함이 부족하다. ‘기울어진 운동장’론(論)과 ‘중도 없이 집권 없다’는 기류다. 6·4 지방선거 전략도 정권 ‘심판·퇴진’ 대신‘견제’정도로 국민 눈높이에 맞추려 한다.

두 세력의 충돌은 갈수록 악화될 것이다. 단순한 견해 차이를 넘어 권력투쟁이 본질이기 때문이다. 일부 486의원들은 별도 블록을 만들어 본격적인 이념·노선 투쟁에 나설 태세다. 당 지도부 사퇴 주장도 서서히 부상할 것이다. 지방선거 공천을 놓고 1차 격돌할 것이고, 2016년 총선에 가까워질수록 내분으로 날을 지새우게 된다. 강한 야당은 언감생심(焉敢生心)이다.

한쪽에선 중도 보강론에 따른 우(右)클릭, 다른 쪽에선 진지 강화론을 내세워 좌(左)클릭을 요구한다. 전자는 집권, 후자는 당권에 더 비중을 두고 있다. 당내에서는 후자가 이기겠지만 그렇게 해서는 집권할 수 없다는 것이 딜레마다. 진짜 심각한 문제는 스스로 해결할 능력이 없다는 사실이다. 대선 직후가 절호의 기회였다. 외적 위기를 내적 개혁의 동력으로 삼는 데 실패했다. ‘친노’의 저항보다 처절한 투쟁을 피했던 ‘비노’의 소심과 무력(無力) 탓이 크다.

민주당은 이제 어느 길이 옳은 길인지조차 헷갈릴 정도로 방향감각을 상실한 것 같다. 게다가 한 발은 이쪽, 다른 발은 저쪽으로 움직이려 한다. 병소(病巢)가 너무 깊어져 진통제보다 수술이 필요한 단계다. 근본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또 ‘지방선거 후보단일화’ 대증(對症)요법에 머무른다면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게 될 것이다. 당장은 야권 분열 비난을 받더라도 분당(分黨)이라는 ‘뼈와 살을 도려내는 고통’이 장기적 관점에서 유용할지 모른다. 마침 안철수신당이라는 번듯한 ‘빈 집’도 있다.

끝내 독일 통합을 이뤄낸 비스마르크는‘정치는 정확한 과학이 아니라 가능성의 예술’이라고 했다. 민주당 의원 20명 이상이 안철수신당으로 가서 당을 ‘접수’하고, 교섭단체를 만드는 역발상은 가능할까. 과거 김대중 대통령은 자민련을 교섭단체로 만들어주기 위해 소속 의원들을 빌려준 적도 있다. 1987년 양김은 신한민주당 내분 수습이 힘들자 집단 탈당해 통일민주당을 만들어 성공했었다. ‘절’을 바꿀 수 없으니 ‘중’이 떠난 것이다. 분열주의 여부는 진정성에 달렸다. 안철수신당에 전전긍긍하기보다 분명하게 나뉘어 선의의 경쟁을 하고, 최종 판단을 국민 뜻에 맡기면 어떨까. 그도저도 안되면 이번 지방선거에서 참패하는 것이 차라리 나을지 모른다. 그래야 ‘사즉생’시늉이라도 해보려 할 것이다.

 

야당에 안주
할 것인가, 집권을 목표로 죽음으로써 부활할 것인가. 대안 야당을 향해, 민주주의와 정치발전을 위해 멀리 보며 과감하게 행동할 때다.

 

<출처>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4021001073037018006